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 거리 출몰하기: 런던 모험
연필 한 자루를 향한 열렬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를 소유하는 것이 지극히 바람직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오후의 차를 마시는 시간과 저녁식사 시간 사이에 런던을 정처 없이 걷고 싶다는 하나의 목적을 품고 핑계를 대는 순간이 그런 때이다. 여우사냥꾼들은 여우들의 품종을 보존하기 위해 사냥하고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열린 공간들이 건축업자들로부터 보존되어야 하기 때문에 골프를 친다고 하듯, 거리를 거닐어야겠다는 욕망이 퍼뜩 떠올랐을 때 우리는 연필이 할 일을 구실로 일어나면서 말한다. "정말로 연필을 하나 사야만 해." 마치 이를 핑계 삼아 겨울에 도시의 삶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안전하게 탐닉할 수 있는 것처럼 - 런던의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것 말이다.
시간은 저녁이어야 하며 계절은 겨울이어야 한다. 겨울은 공기가 한없이 맑고 투명하며 거리의 친숙함이 반갑기 때문이다. 그늘과 외딴 곳, 풀밭에서 불어오는 달콤한 공기를 갈망하는 여름과 달리 우리는 그때에는 조롱을 받지 않는다. 어둠과 가로등 불빛이 드리우는 저녁 시간은 우리에게 무책임함 또한 선사한다.
우리는 더 이상 지극히 우리 자신이 아니다. 날 좋은 저녁 네 시에서 여섯 시 사이에 집을 나서면, 우리는 친구들이 아는 우리의 자아를 버리고 익명의 보행자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화국 군대의 일부가 된다. 자기만의 방에서 고독을 맛본 뒤라 그들과의 어울림은 참으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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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을 한 자루 샀으며 거리는 완전히 텅 비게 되었다. 삶은 꼭대기층으로 물러났고, 가로등들이 켜졌다. 인도는 메마르고 딱딱했으며, 길은 망치로 두드려 편 듯한 은빛이었다. 그 황량함 사이로 집으로 걸어가면서 우리는 난쟁이에 대해, 맹인에 대해, 메이페어 저택의 파티에 대해, 문구점에서의 말다툼에 대해 스스로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저마다의 삶 속으로 우리는 살짝 뚫고 들어가 하나의 마음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몇 분 동안만이라도 잠시 타자의 몸과 마음을 취할 수 있다는 환상을 충분히 스스로에게 불어넣을 수 있다. 우리는 세탁부가 될 수도, 술집 주인이 될 수도, 거리의 가수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성이라는 곧게 뻗은 길을 떠나, 검은딸기나무들과 빽빽한 나무줄기들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지나 우리의 동료들인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는 숲 한가운데로 발을 디디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과 경이로움이 있을 수 있을까?
일탈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며, 겨울의 거리에 출몰하는 것이 가장 위대한 모험이라는 것은 진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시 집 현관 계단에 다다르면서, 오래된 소유물과 오래된 편견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는 느낌에 위안을 받는다. 그토록 여러 거리 구석구석에서 이리저리 떠돌았고, 그토록 여러 접근하기 어려운 전등들의 불길에 나방처럼 난타당한 자아는 보호받고 에워싸인다. 여기에 다시 평소의 문이 있다. 여기에 우리가 떠나면서 빙그르 돌아갔던 의자와 도자기 접시와 양탄자 위에 난 갈색의 동그라미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 — 살살 부드럽게 살펴보자, 경외심을 갖고 만져보자 — 도시의 모든 보물로부터 되찾아온 유일한 전리품인 연필이 한 자루 있다.
🔖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그런데 일기는 원체 사적이고 워낙 본능적이어서 또 다른 자아로 하여금 쓰는 자아로부터 분리하고 그 자아가 쓰는 것을 약간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볼 수 있게 해준다. 쓰고 있는 자아는 기묘한 자아였다. 때로는 쓰도록 유발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쓸 일이 너무도 많은데 나는 거의 쓰지 않는다. 늘 작업하고 있는 척하고 있을 때 늘 작업하고 있었더라면 여기서의 삶은 거의 완벽했을 것이다. 발단에서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이야기들을 보라. ...... 다음 날이다. 이를테면, 오늘 아침을 보자. 나는 어떤 것도 쓰고 싶지 않다. 우중충한 날이다. 후텁지근하고 흐리다. 단편소설은 비현실적이며 쓸만한 가치가 없는 것 같다. 나는 쓰고 싶지 않다. 나는 살고 싶다. 이 말은 무슨 뜻으로 하는 걸까? 그걸 말하는 건 그다지 쉽지 않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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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건강해지고 싶다고 썼다. 그런데 그녀는 건강을 무슨 뜻으로 썼을까? "건강이란," 그녀는 썼다. "내가 사랑하는 것 — 대지와 바다와 태양과 그것의 경이로움들 — 과 긴밀한 접촉을 통한 충만하고, 성숙하며, 살아 숨 쉬는 삶으로 이끄는 힘을 의미한다. ......그러면 나는 일하고 싶다. 어떻게? 나는 나의 손과 나의 느낌, 그리고 나의 머리로 일하며 살고 싶다. 나는 정원, 자그마한 집, 풀밭, 동물, 책, 그림, 음악을 원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로부터, 이러한 것들을 표현하며, 나는 글을 쓰고 싶다. (마부에 관한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일기는 "다 괜찮다"라는 말로 끝난다. 그리고 그녀는 석 달 뒤에 죽었으므로, 우리는 대부분이 외양과 인상, 즐거움과 감각 사이에서 한가로이 배회할 나이에 질병과 그녀의 강렬한 본성에 몰려 발견한 어떤 결론을 그 말은 상징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더 그러한 외양이나 인상, 즐거움이나 감각을 사랑했었다.